힐링의 천국 뉴질랜드를 가다

자연이 주는 쉼표, 뉴질랜드 9일의 기록

이옥희 전 이화여대 교수

지난 1월, 남태평양의 섬나라 뉴질랜드를 다녀왔다. 9일간의 여정은 이 나라의 경이로운 청정 자연을 담기엔 턱없이 부족했지만, 감동만큼은 깊고도 컸다. 어수선한 국내 정세와 양 진영의 극단적인 갈등 속에 지쳐가던 나에게 이 여행은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였다. 사진 속 풍경으로 그 감동의 일부나마 전해본다.

뉴질랜드는 비옥한 토양, 맑은 물,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세계적인 와인 생산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축산업과 목축업도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인공사료 대신 철저히 관리된 목초지에서 과학적인 방목 방식이 이뤄진다. 전국에는 국민 건강을 위한 친환경 골프 코스가 약 500곳 조성되어 있을 정도로 여가와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다.

또한 뉴질랜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사회보장제도를 갖춘 나라로 평가받는다. 원주민 마오리족의 문화를 존중하고 우대하는 정책을 시행하며, 세계 최초로 종합적인 사회복지제도를 수립한 국가이기도 하다.

농업과 축산업은 뉴질랜드 경제의 핵심이며, 축사 없이 자연 방목으로 사육되는 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 엄격한 위생 기준 또한 뉴질랜드산 축산물에 대한 신뢰를 높인다.

이곳에는 오리, 유럽검은지빠귀(Eurasian Blackbird), 세계에서 가장 작은 쇠푸른 펭귄, 뉴질랜드의 상징인 키위새를 비롯해 양, 당나귀, 소, 캥거루, 코알라 등 다양한 동물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적으로도 매우 풍부하다.

■ 와카레와레와’(whakarewarewa) 지열지대

북섬 타우포 화산지대에 속한다. 간헐천, 다양한 진흙열탕, 뿜어져 나오는 염화온천수로 유황냄새가 진동한다. 과거 마오리 요새였으며 현재도 마오리 거주지역으로 지열을 활용하는 마오리 문화가 살아 있다.

■ 후카 폭포(Huka fall)

뉴질랜드 북섬 중앙에 위치한 최대의 호수, 타우포 호수에서 흘러나온 물이 나이카토 강을 따라 흘러들며 만들어낸 폭포는, 초당 약 62,000갤런의 물이 쏟아져 내리는 장관을 연출한다. 거대한 수량과 함께 흘러내리는 그 모습은 압도적인 웅장함을 자랑한다.

뉴질랜드는 크게 남섬과 북섬으로 나뉜다. 남섬은 빙하와 산악 지대가 중심을 이루며, 북섬은 화산 지형과 온천, 지열지대가 널리 분포한다. 청정한 자연환경 덕분에 뉴질랜드는 ‘청정국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연 보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여정은 북섬에서 시작됐다. 온천 도시 와카레와레와, 화산 분화로 생긴 타우포 호수, 레드우드 트리워크, 오클랜드 등을 둘러보았다.

타우포 화산지대에서는 염화수가 뿜어져 나오는 간헐천과 진흙 열탕을 자주 볼 수 있었고, 유황 냄새가 진동했다. 이 지역에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마오리족은 지열을 활용한 고유한 문화를 이어오고 있다.

레드우드 트리워크는 로토루아(Rotorua) 근교에 위치한 약 5,600헥타르(축구장 8,000개 규모)의 거대한 삼나무 숲 산책로다. 평균 높이 70m의 삼나무와 거대한 고사리가 울창하게 자라며, 영화 ‘아바타’, ‘쥬라기 공원’, ‘반지의 제왕’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이곳은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강수량, 일조량 덕분에 식물 생장 속도가 한국의 20배에 달한다고 한다.

■ 퀸스타운(Queenstown)

뉴질랜드 남섬을 대표하는 관광도시이자 휴양지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아름다운 도시이다. 와카티푸 호수(Lake Wakatipu)와 남알프스 산맥이 만나는 절경 속에 자리잡고 있으며, 수려한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도시의 매력으로 많은 여행객을 사로잡는다. 퀸스타운은 산악자전거, 하이킹, 제트보트, 스카이다이빙, 번지점프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뉴질랜드 최고의 레저 도시로도 정평이 나 있다. 모험과 휴식, 자연과 도시의 매력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완벽한 여행지라 할 수 있다.

■ 데카포 호수(Lake Tekapo)와 푸카키 호수(Lake Pukaki).

뉴질랜드 남섬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빙하수가 만들어낸 에메랄드빛 물빛이 인상적이다. 이 지역은 연어의 서식지로도 유명하며, 호수 주변에는 보라색과 분홍색의 루핀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어 마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이 장관은 많은 여행자들로 하여금 뉴질랜드를 ‘지상낙원’처럼 느끼게 만든다. 푸카키 호수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별 관측 명소로도 널리 알려져 있어 천문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 카와라우 번지점프 다리(Kawarau Bungy Jump Bridge)

남섬 퀸스타운 근처에 위치한 명소로, 세계 최초의 상업적 번지점프 장소로 유명하다.

이후 남섬으로 이동해 대표적인 레저 관광 도시 퀸스타운과 밀포드 사운드, 마운트 쿡 국립공원의 푸카키 호수와 데카포 호수를 방문했다. 퀸스타운 근처의 카와라우(Kawarau) 다리는 높이 43m의 현수교로, 세계 최초의 상업용 번지점프 장소로 유명하다. 남태평양의 바누아투 원주민들이 성인식으로 덩굴 줄을 발목에 감고 뛰어내리는 전통에서 영감을 받아, 뉴질랜드 모험가 A. J. 해킷(Hackett)이 이곳에서 번지점프를 상업화했다. 지금은 번지점프 마니아들의 ‘성지’로 통하며,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원래는 애로우타운 금광 광부들이 다니던 마차길이었지만, 이제는 모험과 관광의 상징이 되었다.

■ 마운트 쿡(Mt. Cook)

남섬 서든 알프스산맥에 위치한 뉴질랜드의 최고봉이다. 높이가 3,764m였으나 만년설로 덮힌 정상 부분이 지구온난화로 붕괴되어 3,724m로 낮아졌다고 한다.

뉴질랜드의 최고봉 마운트 쿡(Mt. Cook)은 서던 알프스 산맥에 위치하며, 지구 온난화로 정상의 만년설이 붕괴되며 3,764m에서 3,724m로 낮아졌다. 이 산맥에서 흘러내린 빙하가 만든 푸카키 호수와 데카포 호수는 특유의 맑은 에메랄드빛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

빙하 지형이 아름답게 발달한 뉴질랜드 남섬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약 1만 2천 년 전 빙하의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이곳은 피요르드 지형 위에 스털링 폭포, 보웬 폭포 등 웅장한 폭포들이 흘러내리며 장관을 이룬다. 바다표범과 물개가 서식하는 자연의 보금자리이자, 전 세계 트레커들이 찾는 트레킹의 명소로도 유명하다. 방문객들은 크루즈 투어를 통해 이 장엄한 빙하 지형을 물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빙하 지형이 발달한 밀포드 사운드에는 스털링 폭포와 보웬 폭포처럼 1만 2천 년 전 빙하가 만들어낸 피요르드 지형 위에 장대한 폭포들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뉴질랜드는 영국계 유럽인 ‘파케하’들이 정착해 세운 나라지만, 마오리족의 고유 문화를 존중하며 단순한 동화가 아닌 공존을 지향하는 융합적 접근을 선택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모범적인 원주민 정책 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뉴질랜드의 선진 복지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살기 좋은 나라란, 모두가 행복하고 모두가 주인처럼 살아가는 곳이 아닐까. 뉴질랜드는 그 해답을 보여주는 듯했다.